<산문>
저는 지구에요. 얼마 전부터 사람들 때문에 심하게 앓고 있어요. 쓰레기를 땅에 버리고, 불을 끄지 않은 채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서 너무 뜨거워요. 얼마 전에도 산불을 내서 나한테 도움을 많이 주는 나무가 다 타버렸어요. 그 나무가 다시 자라려면 아마 삼십 년은 걸려야 하는데 큰일이에요. 또, 물은 왜 그렇게 오염시키는 거죠? 먹을 물이 모자라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에요. 저 지구는 70퍼센트가 물이에요. 하지만 거의 바닷물이나 얼음으로 되어 있어서 먹을 수가 없는 물이 대부분이죠. 여러분들도 아시죠? 바닷물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.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물을 마구 더럽히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 분들인지 모르겠어요. 설거지를 하면서 기름 섞인 물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가 하면, 양심 없는 사람들은 비오는 날 몰래 공업용 폐수를 버리기도 하죠. 모두 자기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이에요. 결국 자기가 그렇게 버린 더러운 물은 나중 에 자기 입으로 들어가게 되죠. 그걸 모르니 참 답답해요.
그리고 여러분은 왜 그렇게 싸움을 좋아하죠? 여기저기서 전쟁을 일으켜 폭탄 때문에 제 몸이 많이 아파요. 만약 제가 앓아누우면 여러분도 제 병간호 하느라 마음도 아프고 제대로 볼일도 못 볼 텐데 왜 저를 아프게 하는지 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.
아, 옛날이 참 좋았는데. 옛날에는 자동차나 공장 등 저를 괴롭히는 물건들이 거의 없었지요. 그리고 여러분 조상님들은 숯으로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등 과학을 생활에 응용하여 제 건강을 아주 많이 신경 써 주셨답니다. 그런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너무 심하게 오염이 되었어요. 강가에서 머리를 감는 건 기본이고, 볼일도 보고 음식찌꺼기를 마구 버리고 있어요. 자동차 청소를 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강가에 버리기도 하고요. 그래서 가끔 저는 이렇게 소리치곤 해요. “내가 아픈 이유는 다 당신들 때문이야!” 하고 말이에요. 하지만 제 외침을 여러분이 알아듣겠어요? 그러니 참 답답해요.
하지만 전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. 왜냐하면 이 우주에서 여러분이 살 곳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. ‘수금지화목토천해명’ 중에서 여러분이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보세요. 수성, 금성은 더워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고, 화성이나 목성, 그밖의 행성에서는 추워서 살 수 없어요. 그렇다고 달에서 둥둥 떠다니며 살 수도 없지요. 결국 저, 지구를 제외한 모든 행성은 죽은 행성이나 마찬가지에요. 오직 저만 살아 숨 쉬는 행성이란 말이에요. 그러니 제발 저 좀 괴롭히지 마시고 잘 보살펴 주세요. 마지막으로 이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.
“여러분, 제가 없다면 어디서 사시겠어요?”